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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저자 박해천자음과모음2011-02-28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를 소재로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역사 전반을 고찰하는 책으로, 디자인 연구자로서 디자인과 테크놀로지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 결과물을 발표해온 박해천은 이 책에서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며 하이브리드라는 총서의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한다. '픽션'이라는 제목을 단 1부에서는 에세이, 자서전, 회고록 등 각종 문학의 틀을 넘나들며 스스로 성장하고 진화하는 아파트에 대해 논한다. 화자와 시점이 변화하며 전개되는 허구적 접근 방식 때문에 독자는 딱딱하고 건조한 연구 보고서 형식이 아닌 연구 대상과 화자 사이의 밀착된 거리에서 친근하게 몰입할 수 있다. 반면 문학 형식을 차용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객관성, 사실성, 명확성에 대한 의구심은 2부 '팩트'에서 실질적인 정보와 지표를 제시함으로써 말끔히 해소된다.



설국
저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역자 고계영태동출판사2003-02-23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품. 이미 여러 번 번역되어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이지만,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장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눈 지방의 정경을 묘사하는 서정성 뛰어난 감각적인 문체'를 표현하는 방법은 좀 더 여러가지 해석 및 번역을 허용하리라 생각된다. 이 작품의 특징은 인물과 배경 묘사가 치밀한 데 반해, 그 안의 두드러진 줄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 행위의 유한함을 자연의 무한함에 비교하려고 했던 저자의 의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사랑의 갈증
저자 미시마 유키오역자 송태욱서커스2007-01-10

'비틀거리는 여인', '금각사' 등의 걸작으로 '20세기 일본 최고의 작가'라 찬사를 받은 미시마 유키오의 장편소설. 오사카 교외에 있는 한 농장에서 격리된 것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한 일가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은퇴한 회사 사장인 시아버지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짓은 결혼이다'라는 공통의 신념 아래 결혼한 장남 부부와 남편과 사별한 둘째 며느리 에쓰코, 그리고 전쟁 포로로 아직 귀환하지 못한 셋째 아들의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에쓰코가 사랑하고 있는 고용 일꾼인 사부로와 사부로의 애인 미요라는 하녀가 등장인물의 전부이다. 장남 부부는 그리스 비극의 합창단처럼 이야기의 진행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고 이야기의 진행은 에쓰코의 시점으로 펼쳐지고 있다. 에쓰코를 중심으로 한 스기모토 집안의 사람들은 격리된 생활 속에서 일상의 지루함을 견디며 현실의 저항과 맞부딪친다. 가족 사이에서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행복을 추구하는 에쓰코. 잔잔하게 진행되던 소설은 결말부에서 예상치 못한 급격한 파국을 드러낸다.





세컨드핸드 타임2016-01-20
저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역자 김하은이야기가있는집

2015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발표되었다. 그 주인공은 역사 속 현장에서 시대를 살아간 작은 인간들의 증언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하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였다. '목소리 소설'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개척한 벨로루시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최신작이자, 소비에트 시대의 최종 완결이라고 할 수 있는 <세컨드핸드 타임>이 한국에서도 출간되었다. 소련의 붕괴에 주목하여 살아남은 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은 알렉시예비치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다. <세컨드핸드 타임>은 1990년대 대중이 감내한 물질적인 변화상만을 다룬 것이 아니다. 공산주의 패러다임의 붕괴, 자본주의와 돈에 대한 경멸, 지식인 문화의 종식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소련에 대한 향수, 스탈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미하일 고르바초프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양면적인 향수, 공산주의 체제의 최후를 불러온 것들에 대해 서술한다.





캐롤
저자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역자 김미정그책2016-01-25

1948년 크리스마스 시즌, 당시 뉴욕에 살고 있던 하이스미스는 '열차 안의 낯선 자들(Strangers on a train)'의 집필을 막 끝낸다. 이 작품은 출간 1년 만에 알프레드 히치콕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뒀지만 첫 작품 집필 당시에 하이스미스는 생활고에 시달렸다. 얼마라도 벌기 위해 맨해튼에 있는 대형 백화점에서 인형 판매 사원으로 일하던 그녀는 딸의 선물을 사러 온 모피 코트를 걸친 금발 여성에게 매혹된다. 하이스미스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 바로 플롯을 짜고 스토리를 써내려갔다. 소설의 시작과 전개, 결말이 완성되기까지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갑작스런 수두에 걸려 백화점을 그만두었고 본격적인 창작에 돌입했다. 동성애자였던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50년대 미국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사회적 지탄을 두려워하지 않고 보란 듯이 해피엔딩을 암시한 결말을 선사하고, 캐롤의 입을 빌려 진정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들의 사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자 하고 이윽고 삶을 변화시키는 두 여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이처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문학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 프란츠 카프카역자 홍성광펭귄클래식코리아2008-05-26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 <성>. '소송', '아메리카'와 함께 세 편의 미완성 소설이자 이른바 '고독의 3부작'에 속하는 작품으로, 카프카의 정신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카프카는 인간 운명의 부조리와 인간 존재의 불안을 깊이 통찰한 작품들을 통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추앙받았다. 카프카의 작품은 예언과 종교적인 측면에서 단테의 작품에 비유되며, 철학적인 면에서는 실존주의로 해석되고, 기법상 비유의 차원에서는 특이하고 완벽한 상징법의 전범으로 받아들여졌다. <성>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함께 20세기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어디에서도 원하지 않는 토지 측량사 K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에서도 인정하지 않고 마을에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K는 확실성과 불확실성, 희망과 불안, 이성과 비이성을 경험한다. 부조리한 세계에서 겪는 그의 투쟁을 통해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있다. 카프카는 이 소설을 1922년에 쓰기 시작했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했다.





아파트 게임
저자 박해천휴머니스트2013-09-16

한국인의 대표적 주거 공간 아파트,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꿈틀대는 중산층의 욕망과 삶을 그린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이 책은 아파트의 역사와 동시에 형성된 한국 중산층의 역사와 중산층의 사회·문화적 욕망의 변화를 세대별로 나누어 심층 분석했다. 저자는 주택담보 대출로 허덕이는 하우스푸어,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대중문화에 갇힌 1990년대 신세대, '집'이 아닌 '방'을 전전해야 하는 청춘 세대의 현실을 면밀히 들여다봄으로써 중산층에 대한 전망과 새로운 해석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정글만리 3
저자 조정래해냄출판사2013-07-15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작가 조정래 장편소설. 경제민주화의 청사진을 제시한 '허수아비춤' 이후 3년,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작가적 고민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대한 통찰과 전망으로 이어져 집필로 결실을 맺게 된 <정글만리>는 각권 당 원고지 1,200매로 구성되어 총 3,600매의 전 3권으로 완결되었다. 이는 90년대 초반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작가가 소련의 갑작스런 몰락과 달리 건재한 중국의 모습을 보고 중국을 무대로 소설을 써봐야겠다고 마음먹고 20여 년을 꾸준히 고민해 온 결과다. 작가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어 G2로 발돋움한 중국의 역동적 변화 속에서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등의 다섯 나라 비즈니스맨들이 벌이는 숨막힐 듯한 경제전쟁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꽌시(關係)' 없이는 옴짝달싹할 수 없다는 그곳에서 성공을 좇는 이들의 욕망과 암투가 다종다양한 중국식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와 더불어 급속한 개발이 빚어낸 공해 문제, 중국 특유의 '런타이둬(사람이 많다)' 이면에서 벌어지는 인명경시의 세태, 먹고살기 위해 고향을 뒤로하고 대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한 저소득 농민공들의 모습 등은 과속 성장의 폐해를 드러내며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를 곱씹게 한다. 또한 거대 비즈니스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한국와 일본의 비즈니스맨들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과거사와 그 저변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까지를 적확하게 포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