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우주2011-04-10
저자 움베르토 에코, 장 클로드 카리에르역자 임호경열린책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지성, 움베르토 에코와 장클로드 카리에르가 책을 들고 마주 앉았다. 지독한 애서가이며 구텐베르크 성서 초판본을 손에 넣는 게 여생의 꿈이라는 두 사람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고전하고 있는 책의 가치를 되짚고, 파피루스에서 전자책에 이르기까지 책의 흥망성쇠를 논하는가 하면 미래의 책, 책의 미래를 점치기도 한다. 책이라는 주제로 두 고수가 나누는 대화는 흡사 신선놀음에 가깝다. 책에 관한 그들의 지식은 끝을 가늠하기 힘들고, 농담인 듯 진담인 듯 혹은 선문답을 주고받듯 또는 은근한 책 경연을 펼치듯, 두 사람의 대화는 한편으론 유희 같고 한편으론 대결 같다. 마치 <책의 우주>를 유영하듯 광활하게 펼쳐지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나면 책에 관한 모든 희로애락을 순식간에 다 겪고 지상으로 내려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이다. 책에 관한 모든 것을 마치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대화가 끝날 때 즈음에 바삭거리는 종이책 한 권이 그리워졌으면 좋겠다는 사회자의 마무리 말이 그렇듯, 이 책은 소박하면서도 결연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래도 책은 죽지 않는다.
근시사회
저자 폴 로버츠역자 김선영민음사2016-01-29
전작 '석유의 종말'과 '식량의 종말'에서 명쾌한 분석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폴 로버츠가 신작 <근시사회>로 돌아왔다. 개인의 성격적 결함에 불과했던 충동성이 사회 전체를 파괴적 결말로 몰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추적한 이 책은 나르시시즘의 대두, 사회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정치적 양극화 등 언뜻 관련 없어 보이는 여러 가지 사회 병폐를 근시안성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묶어 명쾌하게 설명했다. 책은 현대인들이 왜 막대한 가계 부채와 각종 중독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지, 기업 활동을 가능케 하던 주식 시장이 어떻게 시장 경제를 좀먹고 있는지,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망치는지를 고발하는 한편, 그것을 막을 현실적인 대안들을 제시한다. 날카로운 통찰로 우리 사회의 모순을 심도 있게 해부하며 언뜻 불합리해 보이는 사회현상을 꿰뚫어볼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을 선사한다.
트라우마의 제국2016-04-12
저자 디디에 파생, 리샤르 레스만역자 최보문바다출판사
'트라우마의 제국'은 피해자가 어떻게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존중받게 되었는지, 또 트라우마가 어떻게 그 자체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도덕적 범주가 되었는지를 짚는 책이다. 인류학자이자 의사인 디디에 파생과 리샤르 레스만은 두 가지 계보를 따라 전 세계의 다양한 예시를 제시하며 트라우마 개념을 면밀히 살핀다. 하나는 정신분석을 거쳐 정신의학에서 트라우마를 정의해나간 지식의 계보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자를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계보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질문을 통해 트라우마로 재난과 고통을 말할 때 그 결과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떻게 귀결되는지, 이때 문제되는 것은 무엇인지를 짚으며 트라우마의 현대적 정치성과 피해자 의식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