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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저자 제인 오스틴역자 전신화, 원영선문학동네2010-08-23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소설인 <설득>은 그녀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두 남녀가 우여곡절 끝에 행복한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오스틴은 예외 없이 그러한 '우여곡절'이 어디에서 기인하며 그 토대는 무엇인지, 나아가 '결혼'과 '행복'이 과연 양립 가능한 것인지를 집요하게, 하지만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묻는다. '어려서는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강요받은' 주인공 앤 엘리엇이 '나이 들면서 로맨스를 배워가는' 이 소설의 이야기를 오스틴은 "부자연스러운 시작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표현했다. 첫사랑이었던 웬트워스 대령과 헤어진 후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되는 앤의 이야기는 암울한 결혼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신중함'과 '낭만적 사랑'의 판타지라는 모순적인 개념이 빚어내는 온갖 '부자연스런'현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파혼당했던 웬트워스 대령은 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재산을 모아 금의환향한 뒤 결혼 시장에서도 빠지지 않는 존재로 부상한다. 그런 그를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 변화를 아이러니로 그려내는 오스틴의 붓끝은 예외없이 날카롭다. 오스틴의 '소설 쓰기'는 거실과 가정의 벽은 물론 여성작가와 소설 장르에 대한 당대의 편견을 넘어 그녀의 소설을 읽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소통의 행위였다. 오스틴의 독자들은 오스틴이 들려주는 '연애 이야기'를 통해 200여 년의 긴 시간을 버티며 살아남은 '낭만적 판타지'와 새롭게 조우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변하지 않는 오스틴의 인기도 부분적으로는 그러한 대중적 욕망이 반영된 결과이겠지만, 뒤집어보면 그것은 오스틴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끈질기게 묻는 물음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