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저자 아즈마 히로키역자 장이지현실문화연구2012-05-01
일본 서브컬처 비평의 선구자인 아즈마 히로키는 21세기 일본을 대표하는 사상가이다. 전작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에서 일본 특유의 '오타쿠' 문화를 통해 포스트모던 사회를 비평했다면,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에서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창작되고 소비되는 '문학'과 '문화'에 대해 본격적인 비평을 펼치고 있다. 비평의 대상은 오타쿠들에 의해 소비되는 라이트노벨과 미소녀 게임이라고 통칭되는 컴퓨터 게임이다. 과연 이 작품들은 문학이란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과연 포스트모던 시대의 문학이란 어떻게 재정의 되어야 할까? 아즈마 히로키는 단순히 서브컬처 영역의 오타쿠 문학과 문화라는 '특수한' 문학비평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문학론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포스트모던 시대의 문학론이라는 새로운 사고 혁명을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흑산
저자 김훈학고재2011-10-20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와 관련된 지식인들과 민초들의 이야기를 그린 김훈의 역사소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조선 사회의 전통과 충돌한 지식인들의 내면 풍경을 다루고 있다. 정약전의 흑산도 유배 생활과 그의 조카사위이자 천주교 순교자인 황사영의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고, 여기에 조정과 양반 지식인, 중인, 하급 관원, 마부, 어부, 노비 등 여러 계층의 생생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엮어냈다. 소설은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를 떠나는 뱃길에서 시작한다.
프라하의 묘지 1 2
저자 움베르토 에코역자 이세욱열린책들2013-01-15
이 작품의 주인공 시모니니는 스스로 '나는 증오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선언할 만큼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증오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중에서도 유대인을 가장 증오한다. 온갖 추악한 음모에 관여하는 그의 입을 통해 쏟아지는 유대인에 대한 편견과 증오는, 반유대주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유럽 사회에서 뜨거운 논쟁을 낳았다. 논쟁의 초점은, 이 소설이 택하고 있는 서사 전략이 과연 독자들에게 진실을 제대로 전달할 것인가, 혹여 허구와 사실이 뒤섞여 무엇이 진실인지 오해할 수 있지 않은가, 또 독자가 작가의 의도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였다. 에코가 후기에서 밝혔듯 이 소설에서 허구의 인물은 시모니니 단 한 명뿐이고, 모든 주요 인물들은 실존했던 인물들이다. 에코 특유의 박학함으로 마치 그 시대를 사는 듯 생생하게 되살려 놓은 19세기의 사건들은 이 시모니니를 중심으로 정교하게 엮여 있는데, 그 때문에 독자들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 혼동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음모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사용한, 음모의 당사자가 자기가 날조해 낸 음모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은 악당의 가면을 벗기기보다는 잘못된 편견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비판도 일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기실 작품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사그라질 주장들이다. 에코는 구조적 안배를 통해 독자들이 자칫 이야기에 지나치게 함몰되지 않도록 했다. 비교적 평범한 형식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이 작품은 세 사람의 화자가 번갈아 가며 각자의 과거를 회상하거나 이야기를 정리하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이는 독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주인공에 동일시하는 것을 막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한 화자가 이야기를 하면 다른 화자가 끼어들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독자들은 비판적 시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
저자 모리 아키마로역자 김아영황금가지2016-04-01
어린 시절 아역 배우로 제법 이름을 날렸으나 조기에 은퇴해 버린 사카즈키 조코는 1년 재수를 한 끝에 도쿄에 있는 도야마 대학에 입학한다. 아역이었던 과거를 잊고 부모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떠난 조코는 막상 자유를 얻게 되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깜깜한 터널 속을 달리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러던 중 미스터리 마니아로서 염원해 왔던 유서 깊은 동아리 '추리연구회'에 가입하려 하려 했으나, 이름을 착각하여 술을 마시는 데만 전념하는 '취리연구회'에 덜컥 들어가 버리고 만다. '바다 밑바닥' 같은 눈동자를 지닌 취리연구회 회장 미키지마는 기묘한 매력으로 그녀를 이끈다. "취하는 것 이외에 일절 관심이 없다는 태도로 임할 때 얻을 수 있는 진리가 있어." 술에 취하며 대학을 누비는 나날 속에서 조코는 미키지마와 함께 소소하고 때로는 황당하기까지 한 해프닝과 맞닥뜨린다. 벚나무 아래에서 발견된 '시체'의 정체는? 대학 야구 시합을 앞둔 한 청년의 고뇌와 대학 축제에서 사라진 광고 전단의 비밀은?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는 무언가에 취해야만 비로소 보이는 진리를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갓 성인이 되어 대학이라는 환경 변화에 방황하는 소녀의 심리와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의 실타래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특히 말장난과 궤변이 취미인 미키지마와 어딘가 맹하지만 시니컬한 조코의 기막힌 조합과 재치 있는 대화는 마치 만담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